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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드랩 유기헌 셰프
   비앤씨월드 2019.10.02 Pm02:25, 조회 : 2,588  
삶을 변화시킨 빵
브레드랩 유기헌 셰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유기헌 셰프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빵을 시작했다. 처음 유기헌 셰프를 섭외하고자 했을 때 하찮은 빵집 아저씨인데 괜찮겠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뜨거운 열정과 특출난 기술을 갖고 빵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브레드랩을 통해 만나게 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는 것이 그가 꿈꾸는 제빵사의 삶이다. 그 한가운데에 빵이 있다. 밀가루 한 톨만큼의 거짓도 보태지 않고 바른 마음으로 만든 빵이 그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다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9년 전 2011년 여의도에 브레드랩이 오픈을 앞두고 있을 때 건물 외벽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브레드랩에서는 매일 새벽 정성스럽게 반죽한 빵을 구워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합니다. 브레드랩의 모든 빵에는 방부제, 개량제, 유화제 등 일체의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직 빵만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진짜 빵의 세계를 경험해 보세요.’ 오픈을 알리는 문구라기엔 길고 거창했던 세 문장은 9년이 지나 브레드랩의 슬로건이 됐다. 2014년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브레드랩 간판에는 그보다 조금 짧아진 문장이 적혔다. ‘매일 새벽, 방부제, 개량제, 유화제 등 일체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건강한 반죽으로 진짜 빵을 구워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브레드랩의 간판은 이 문장 하나로 브레드랩을 정의한다.
유기헌 셰프가 어떤 마음으로 처음의 세 문장을 지었는지는 확실히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문장들을 9년 동안 당연한 듯 정직하게 지켜왔다. 여전히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여전히 정성스럽게 여전히 진짜 빵을 굽는다. 진짜라는 단어에 담긴 ‘거짓 없이 참된’이라는 뜻에 대입해 본다면 그가 만든 빵은 진짜다.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
여느 제빵사들과는 다른 유기헌 셰프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잘 나가던 TV 광고 프로듀서의 길을 청산하고 서른여덟의 늦은 나이에 제과제빵을 시작했으며 그런 그의 계기는 다름 아닌 건강의 악화였다. 그러니 제과제빵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었을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이루었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흩어졌을 때 그는 처음으로 인생을 돌아봤다. TV 광고 프로듀서를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한 일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40여 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일이 이상하게 즐거웠다고 한다. 광고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의 삶은 비로소 평온해졌다. 그후 그는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하고 또 접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레드망고라는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던 어느 날, 베트남 시장을 일찍부터 눈여겨본 그의 선배가 그에게 베트남행을 권유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세에 그의 사업운이 맞아 떨어지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아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베트남을 자꾸 밀어냈다. “한국 생활을 접고 마지막으로 점검 차 베트남에 방문했을 때 여기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베트남에 남았다면 제가 만족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거예요”
다시 출발점에 선 맨몸의 유기헌 셰프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는 전 세계의 직업학교를 뒤지며 다양한 직업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그 가운데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직업을 그는 찾아야 했다. 직업 후보군은 3가지로 좁혀졌다. 파스타를 만드는 일, 나무와 관련된 일 그리고 그가 너무도 좋아하는 밀가루가 주재료인 제과제빵. 이중 그의 조건과 성향에 부합하는 일이 제과제빵이었다. 인생을 바꾼 결정을 내린 그 때가 바로 그의 나이 38세, 터닝 포인트다.

빵이 일상이 되는 곳
제과제빵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 제과 디플로마에 입학했다. 사실 어찌 보면 그는 파티시에로서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손재주나 기술이 눈에 띄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어도 뒤처지지 않았고 광고업계 출신인 만큼 그동안 키워온 디자인 감각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제사보다 젯밥에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제과 수업 중에 간간히 빵을 배웠는데 계속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 주로 먹는 음식이었잖아요. 반면에 빵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식사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런데 당시 한국에는 제빵을 배울 마땅한 곳(교육 기관)이 없어서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과 디플로마를 중급까지 수료하고 나서 일본 동경제과학교(제빵과)로 유학을 갔죠”
40세가 되던 해 1월. 일본 유학을 가던 날을 그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제빵을 공부하면서 보낸 2년의 시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동경제과학교의 나카지마 신지 교수가 그의 은사로, 그는 나카지마 교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카지마 교수가 한국에 강의를 하러 올 때면 여전히 빵을 배우러 가곤 한다.
일본에서 돌아온 그가 여의도에 오픈한 곳이 너무도 유명한 그의 첫 번째 빵집, 브레드피트이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 같은 여의도에 욥 임용순 셰프, 장티크 김창환 셰프 등 브레드피트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들과 함께 빵 연구소라는 의미의 두 번째 빵집 ‘브레드랩’을 열었다. 여의도 브레드랩은 현재 연남동에 자리한 브레드랩의 전신이다. 연남동 브레드랩은 예전 여의도 매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50년 된 2층 가옥의 멋과 어우러진 기다란 진열대 위의 빵들은 먹음직스러움을 넘어 운치가 흐른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이 공간이 브레드랩의 구수한 빵 냄새를 머금게 된 지 올해로 6년째다. “여의도는 완벽한 오피스 상권이라 주말에 유령 도시가 돼요. 빵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옮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마침 연남동 1세대 터줏대감인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와 툭툭누들타이 임동혁 대표가 연남동을 제안했어요” 두 사람은 한때 여의도 브레드랩의 단골손님이었는데, 이제는 치열해진 연남동에서 함께 살아남는 동지다.

브레드랩의 빵은 나이를 먹습니다
유기헌 셰프는 브레드랩이 추구하는 빵에 대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두 가지 원칙을 이야기했다.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빵을 만드는 것과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하는 것. 그가 브레드랩을 오픈하고 나서 재료업체에게 처음 S500(개량제)을 납품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해도 빵이 돼요?”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량제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개량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제대로 된 빵을 만들어냈다. “요즘은 디저트뿐 아니라 빵도 비주얼이 중요한 시대가 됐잖아요. 하지만 빵은 식사란 말이에요. 식사라고 하면 조금 투박하더라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빵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첨가제를 넣지 않고 만든 빵은 시간이 지나면 겉면이 마르고 색이 바래지고 식감이 떨어져요.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빵은 조금씩 노화되니까요. 물론 개량제나 보존제가 들어간 빵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시간이 지나도 그 형태 그대로 처음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 본래의 빵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해요”
유기헌 셰프는 요즘 주방에서 제품 생산만을 전두지휘하기보다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전체를 관망하고 있다. “문득 주방과 홀이 돌아가는 모습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들이나 손님들과 가까이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주방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은 아니니까요. 여전히 저는 빵을 만들고 있어요. 또 한 편으로는 지금이 브레드랩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적기인 것 같아요. 그동안 브레드랩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봐야죠” 언젠가는 자연과 닮은 공간에서 보다 자연에 가까운 빵을 만들고 싶다는 유기헌 셰프. 계절의 흐름과 자연 환경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의 빵에는 그가 살아가는 시간과 마음이 차곡차곡 담길 것이다. 그리고 그 빵이 곧 유기헌 셰프와 브레드랩의 거울이 되지 않을까.


브레드랩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7(연남동)
문의 02-337-0501

약력
2005년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
       제과 디플로마 중급 수료
2008년 동경제과학교 졸업
2010년 브레드피트 오픈
2011년~現 브레드랩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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