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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드라 최규성 셰프
   비앤씨월드 2020.01.30 Pm01:55, 조회 : 5,001  
디저트에 담긴 재료의 미학
세드라 최규성 셰프

긴 인터뷰 시간 동안 최규성 셰프의 흥미를 가장 자극한 것은 다름 아닌 백년초 파블로바였다. 저음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펼치던 그는 어느새 손에 펜을 쥐어 들고 그림까지 그리면서 백년초 파블로바의 탄생 비화를 설명했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꿈이라는 최규성 셰프. 그에게 제과는 어쩌면 인생의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즐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취재·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한국에 피에르에르메와 디올의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 디올 바이 피에르에르메’가 처음 오픈했을 때, 최규성 셰프는 11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디올 카페의 모든 디저트는 수셰프였던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 후 프랑스 피에르에르메에서 일한 한국인 파티시에이자 최초 동양인 셰프라는 어마어마한 꼬리표가 그의 뒤를 따라 다녔다. 그러나 최규성 셰프는 그러한 타이틀을 의식한 적도, 부담을 느낀 적도 없다. 프랑스에서부터 디올 카페 그리고 카페인스페이스의 총괄 셰프에 이어 2017년 세드라를 오픈하기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 왔기 때문이다. 그의 14년은 지금 세드라의 정교한 케이크들과 클래식한 과자를 통해 여실히 증명된다.

프랑스에서 다진 제과의 기본기
최규성 셰프의 어린 시절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몸이 좋지 않아 중학교를 자퇴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 공부를 하고 자연스럽게 대학생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던 중, 문득 의구심이 생겼다고 한다. 대학에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정답은 ‘No’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제과제빵이었다. 길이 결정된 후에는 방향이 빠르게 정해졌다. 수능 준비를 접었고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프랑스 유학을 위해 언어 공부를 시작해 그해 9월 프랑스로 떠났다.
최규성 셰프가 프랑스에서 보낸 세월은 11년이다. 11년 동안 그는 현재 그의 이력으로 알려진 것보다 많은 곳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중에는 눈이 뜨일 정도로 유명한 곳도 있고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다. 크고 작은 경험들은 훌륭한 거름이 되어 최규성 셰프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발판을 만들어 준 곳이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 INBP였다. 그는 지방 작은 도시의 어학원에 다닌 후 INBP에서 제과 과정과 제빵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2007년, 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최규성 셰프는 그때만 해도 자율적인 선택이었던 제과제빵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배운 것을 계속해서 해나가기 위해, 다음 선택을 했을 뿐이다. “유명한 제과제빵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게 아니더라고요. 학교는 그저 시작에 불과한데 1년 동안 배워서 뭘 알겠어요. 이걸 살려서 스타주도 하고 현장에서 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빵보다 먼저 배운 제과를 잊어버릴까봐 제과 스타주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그는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파티스리 프랑수아 지메네즈(Francois Gimenez)에서 1년간 스타주를 했다. 알려지지 않은 최규성 셰프의 이력 중 하나인 프랑수아 지메네즈는 그의 첫 번째 현장이자 그에게 제과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 준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초콜릿, 제과, 비엔누아즈리를 모두 익혔다고 했다. 마침 그 시기에 프랑수아 셰프는 MOF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그 과정도 자연스럽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가 프랑수아 지네네즈에서 보고 듣고 익힌 모든 것들은 제과 인생을 확립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자양분이었다. 지금의 최규성을 있게 한 것은 단연 피에르에르메이지만 그에 앞서 제과 인생을 확립시켜 준 것은 프랑수아 지메네즈였다.
프랑스에서 계속 일을 하려면 학생비자가 아닌 노동비자가 필요하다. 많은 프랑스 유학생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노동비자 취득 문제. 하지만 리옹에서는 노동비자를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것은 최규성 셰프를 파리로 이끈 계기이기도 했다. 프랑스에 더 머물기 위해 셰프는 다시 파리의 제과제빵 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2주 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고 1주 동안 학교를 다니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그는 다시 제과를 배우면서 노동비자를 갱신해 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최규성 셰프에게 기회를 준 곳은 파리의 작은 동네빵집. 그의 이력에 등장한 적 없는 두 번째 가게이다. 제과사가 단 한 명뿐인 작은 동네빵집은 유학생 신분인 그를 때로 초라하게 만들었지만 이러한 환경은 그에게 곧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에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크고 유명한 호텔이나 파티스리에서 일을 하면서 경력을 쌓았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더라고요. 타국의 현장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원하는 대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죠”

디저트의 정석, 피에르에르메의 레시피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직장은 바로 파리 호텔 로열 몽소. 최규성 셰프에게 피에르에르메 셰프의 타이틀을 쥐어 준 곳이다. 호텔 로열 몽소는 파리에서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호텔이다. 2010년 당시 리뉴얼하면서 피에르에르메 제과팀과 계약을 맺었는데, 최규성 셰프는 입사 면접을 보기 전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호텔 로열 몽소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은 피에르에르메 제과팀을 통해 개발됐기 때문에 호텔에 취직한 최규성 셰프 역시 자연스럽게 피에르에르메 제과팀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작은 동네빵집에서 홀로 일하면서 몸에 밴 감각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새로운 현장에 적응했다. 이로 인해 2~3주 만에 정식 계약까지 맺게 되었단다.
프랑스 제과 업계를 넘어 전 세계 제과 업계를 이끈 선두주자, 피에르 에르메 셰프. 많은 셰프들이 그에게 영감을 받으며 그를 롤모델로 여긴다. 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최규성 셰프는 피에르 에르메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제과 인생에 피에르 에르메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피에르 에르메의 레시피만 봐도 배울 것이 많아요. 그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재료를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지, 어떤 텍스처로 표현해서 어떤 식감을 낼 것인지, 최종 결과물과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 레시피 하나에 모두 담겨 있어요. 재료의 활용법. 피에르 에르메의 레시피를 보면서 그의 제과를 이해했고 저만의 제과를 확립할 수 있었어요”
모든 이들에게는 유학의 꿈과 로망이 있지만 실제 유학은 잔혹한 동화이며 낭만 없는 현실에 가깝다. 최규성 셰프는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노력과 경험에서 비롯된 성공 스토리를 믿었다. 첫 번째 직장에서의 경험은 두 번째 직장으로, 그것이 다시 세 번째 직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를 한 계단씩 성장시켰다. 때문에 그는 그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 중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재료가 살아 있는 세드라의 디저트
최규성 셰프의 제과 스타일은 세드라의 디저트 탄생 과정을 통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디저트를 만들 때 외형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의 활용과 조합. 백년초 파블로바를 예로 들어보자. 백년초 파블로바의 주재료는 백년초. 셰프는 백년초라는 다소 낯선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보통 백년초 열매는 생으로 먹지 않고 우려먹거나 분말 형태로 섭취해요. 디저트에도 액체 상태로 사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단점은 액체라 고정이 안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과육이 단단하고 산미와 당도를 동시에 지닌 파인애플을 조합하는 거예요. 하지만 두 재료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죠. 여기에 라임 제스트를 넣어 향을 더하고 라임즙으로 산미를 배가시켜요. 이제 이 재료들을 어떤 식으로 노출시킬지를 생각해요. 그렇게 탄생한 품목이 파블로바예요. 파블로바의 구성은 머랭, 콩포트, 크림인데 샹티이 크림의 경우 수분이 많고 그 상태로 머랭에 올리면 수분이 머랭에 흡수되면서 둘 다 흐물흐물해져요. 그러니 화이트초콜릿 베이스의 가나슈 몽테를 매치시켜 형태를 고정하고 맛을 안정화시키는 거예요. 다음에는 각 구성 요소의 비율을 생각하죠. 자칫 느끼한 맛이 나지 않도록 콩포트를 2단으로 올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프릴 형태로 위를 봉긋하게 덮듯이 하나씩 짜 올렸어요. 마지막으로 윗면에는 라임 제스트만 살짝 뿌려 데커레이션했어요” 이것이 그가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는 공통된 과정이다.
처음 세드라를 오픈했을 때 최규성 셰프는 피낭시에, 마들렌, 브리오슈, 쿠글로프, 보스톡, 사블레, 바바 등 클래식한 제품들을 위주로 선보였다. 그것이 최규성 셰프가 생각한 세드라의 콘셉트였다. 그 제품들이 늘 높은 판매량을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파티시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지금까지도 확신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보여주는 클래식에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이라는 단어 그대로의 의미 외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클래식에 재료의 미학을 더한 디저트. 이는 최규성 셰프가 보여주는 세드라의 디저트에 우리가 늘 기대를 거는 이유다.


세드라
주소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67길 15(대치동)
문의 02-6349-7171

약력
2007년 프랑스 INBP 졸업
2011년 파리 호텔 로열 몽소 피에르에르메 근무
2015년 카페 디올 근무
2016년 카페인스페이스 총괄 셰프
2017년~現 세드라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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