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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순기미 김경오 셰프
   비앤씨월드 2016.03.25 Pm04:11, 조회 : 2,646  
따순기미 김경오 셰프
빵으로 파주를 평정하다

전라남도 여수시 금오도에는 온기로 가득한 ‘따순기미’라는 마을이 있다. 김경오 셰프는 자신의 고향을 기억하며 따순기미라는 빵집을 열었다. 4평 남짓했던 빵집이 파주를 대표하는 빵집이 되기까지, 그 숨은 사연이 궁금했다.

취재․글 구명주 사진 이재희

달리던 소년, 빵을 만나다

김경오 셰프는 이름을 한번 들으면 쉬이 잊을 수 없는 여수시 따순기미에서 태어났다. 따순은 ‘따뜻한’, 기미는 ‘곳’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마을은 볕이 잘 들고 보드라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곳이었다. 양지 바른 곳에서 태어난 소년은 초등학교 3학년, 그동안 몰랐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주먹을 쥐고 한번 뛰면 따라올 자가 없었던 것. 잘 뛴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는 전라남도 육상대표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육상을 놓지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잦아들지 않았다. 기록으로 평가받는 삶. 단 몇 초라도 더 빨리 뛰기 위해 온몸을 혹사시켜야 하는 일을 평생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는 결국 운동장을 미련 없이 떠난다. 체육 밖에 몰랐던 아이가 달리기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형을 따라 복싱을 해볼까 하여 체육관을 기웃거려 봤으나 그 또한 제 길이 아닌 듯했다.
얼굴이 그을리는 게 싫었던 철부지 소년은 밖이 아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찾아간 건 중국집이었다. 요리를 배울 수 있을 거라 믿었으나, 사회는 학교가 아니었다. 그에게 순순히 요리를 가르쳐 줄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날보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야 하는 날이 더 많았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그의 삶에 첫 번째 기회가 찾아온다. 중국집을 떠나 부산의 한 갈비집에서 일하며 곤궁하게 지내던 때였다. “서울의 빵집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친구가 일하는 빵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주방 일을 돕게 됐어요. 셰프를 대신해 채소를 썰었는데 빵집 사람들이 솜씨를 보고 놀라더라고요. 그동안 식당에서 일했으니 칼을 다루는 것 즈음이야 식은 죽 먹기였거든요” 능숙한 ‘채 썰기’ 하나로 그는 빵집에 스카우트됐다.
노원구의 작은 빵집을 거쳐 셰프는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두고 있는 케익하우스 엠마(이하 엠마)에 입사했다. 엠마를 택한 건 체계적으로 빵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명일동 엠마를 시작으로 그는 장안동, 쌍문동 등 엠마의 여러 매장을 돌며 빵을 만들었다. “엠마에서 일할 때 ‘제빵 일기’라는 걸 썼어요. 새벽 4시 반에 출근하면 실내온도, 반죽온도, 반죽을 믹싱한 시간 등을 체크해서 기록해두는 거죠. 저뿐만 아니라 엠마에서 일하는 셰프들도 모두 일기를 썼습니다. 시간별로 제품의 상태를 글로 기록해두면, 빵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쉽더라고요. 작은 빵집에서 일했을 때와 달리,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죠”

쿠키공장에서 다시 베이커리로
엠마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니 다음 행보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수많은 셰프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빵집에서 배운 기술을 가지고 자신의 가게를 열었으리라. 하지만 케익하우스 엠마를 관둔 김경오 셰프는 빵집이 아니라 일산 언저리에 쿠키공장을 차렸다. “TV를 보는데, 아프리카에선 먹을 게 없어 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는다는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당시 밀가루 1포대 가격이 1만4000원 정도였어요. 모닝빵 2,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죠. 그런데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에선 흙 쿠키를 먹는다니 기가 차더군요” 쿠키 공장을 운영하며 가능하다면 아프리카로 진짜 쿠키를 보내고 싶었다.  
공장은 기대 이상으로 순항했다. 현대백화점, 현대 아산병원 등 고정적으로 쿠키를 납품할 거래처도 만났다. “민들레, 흑마늘, 차가버섯, 씀바귀, 뽕잎을 활용한 건강쿠키 5종을 만들었어요. 건강 쿠키로 입소문이 나면서 아산병원에서 큰 사랑을 받았죠” 사업이 뜻대로 풀리면서 돈을 점차 벌긴 했지만 반대로 회의감도 그만큼 커졌다.
사기를 치는 사람, ‘몸에 해로워도 먹고 죽지 않을 정도면 괜찮다’며 최대한 납품단가를 낮춰 달라 떼를 쓰는 사람 등을 만나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포항의 한 회사에서 1800만원치 쿠키를 주문했는데, 어딘가 미심쩍더라고요. 납품 직전에 직접 찾아갔더니 유령회사였어요. 하마터면 쿠키만 주고 돈은 못 받을 뻔했던 거죠. 그때 만들었던 쿠키는 아파트 장터나 아울렛에 찾아가 직접 판매했지요”

빵의 달인, 제자리를 찾다
이럴 거라면 다시 돌아가자. 그는 빵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새로운 가게를 파주 출판단지 인근의 지하 푸드코트에 차렸다. 공장의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고 허름한 빵집이었다. 가게의 이름은 그가 태어난 마을, 따순기미로 지었다.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셰프는 잠시 손에서 놓았던 반죽을 다시 쥐었다. 오븐에서 따뜻한 빵이 구워져 나올 때의 뿌듯함을 재발견했다. 그러나 하루 매출이 5만원을 겨우 넘는 날이 있었을 정도로 따순기미는 위태로웠다. 당연히 매장에는 빵이 수북하게 남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냥 빵을 나눠 주는가 하면 일부러 파주 인근의 공장을 찾아가 빵 나눔을 하기도 했다. 그가 동네 사람들에게 빵을 건네면 사람들은 오이나 토마토로 보답을 했다.
상황이 좋건 나쁘건 주변을 챙기는 건 어머니를 통해 배웠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때때로 가게 앞에서 도넛이나 튀김을 튀기셨죠. 그건 팔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힘들게 튀긴 음식을 식당 주변의 고아원 아이들에게 대가없이 나눠 주셨습니다” 아들은 뜨거운 기름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버린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잘 되고 싶었다.  
다행히 인심을 타고서 행운이 옮겨 붙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를 끌던 때였어요. 제과협회에서 빵의 달인을 찾는 방송에 출연할 사람을 찾는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올랐는데 운이 좋게도 제가 빵의 달인으로 뽑혔죠” 달인을 가리는 시험에서 주어진 과제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빵을 만들라는 과제였다. 섬마을 출신답게 셰프는 전복, 소라, 새우 등 각종 해물을 넣은 조리빵을 만들어 보였다. 방송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방송 이후 사람들은 ‘달인의 빵’을 맛보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버거의 달인’이라는 소문까지 덩달아 나면서 매장에서 판매 중이던 ‘한우 수제버거’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은 건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업계 후배 중 한 명은 제가 돈 때문에 입학을 망설이고 있을 때 첫 학기 대학 등록금까지 대신 내줬어요. 그 일을 계기로 대학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할 수 있었죠” 그에게 등록금을 건넨 고마운 이는 하남시 로마니나 과자점의 최용환 셰프였다.

파주에만 매장 3개…사람을 부르는 빵집    
사람을 좋아하는 그에게 빵집은 즐거운 일터였다. 빵집이 잘 되기 위한 첫 번째 성공 요인이 ‘빵의 맛’이라면 두 번째 요인은 ‘홍보’일 것이다. 셰프는 맛있는 빵을 만들 줄 아는 기술자이자 그 빵을 널리널리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낼 줄도 아는 전략가였다. “사람들에게 따순기미를 알리고 싶어서 제빵 교육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따순기미에서 빵을 배운 학생들은 따순기미의 단골손님이 되니까요” 셰프가 영화 촬영차 파주를 찾는 연예인과도 친분을 맺다 보니 ‘연예인이 자주 찾는 빵집’으로 알려지기까지 했다. 연예인 중에는 아예 그에게 빵을 배워 빵집을 차린 사람이 있을 정도. 그렇게 4평짜리 따순기미의 규모는 40평, 80평 등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매장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고, 2013년에는 본점과 가까운 파주시 운정동에 새로운 매장을 하나 더 오픈할 수 있었다.
가게를 대표할 만한 ‘아이템’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잘 아는 셰프는 손님들이 열광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신경을 썼다. 외국의 한 베이커리에서 ‘수박 모양 식빵’이 인기라는 얘기를 접한 셰프는 수박 식빵 만들기에 돌입한다. 가장 큰 고민은 자극적인 색소를 쓰지 않고 ‘어떻게 수박 색깔을 낼 것인가’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셰프는 붉은색을 낼 수 있는 품종의 딸기와 녹차 클로렐라를 이용해 수박을 그대로 본뜬 것 같은 재미난 식빵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박의 푸릇푸릇한 껍질과 새빨간 속 그리고 새카만 씨까지 세세하게 표현된 식빵은 신통방통했다. 출시 초창기에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예약제로 한정 판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2호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에는 파주시 와동동에 따순기미 사옥이자 3호점인 ‘가람사옥점’을 선보였다. 매장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불경기에 셰프는 파주에만 무려 3개의 매장을 둔 것이다. 4월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도 입점을 앞두고 있다. 또한 셰프는 아프리카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인 기술자를 양성하는 일, 강원도의 쌀을 이용해 쿠키를 만드는 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란다. 인터뷰 내내 셰프는 업계에서 함께 활약하는 동료 셰프, 자신의 가족, 친구, 손님 등과 관련된 재미난 사연을 말솜씨 좋게 풀어놓기 바빴다.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따순기미를 찾아오는 동네 사람 한 명 한 명과도 마음을 나눈다는 김경오 셰프.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파주에서 ‘잘 나가게 된’ 건 단순한 요행이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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