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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빵다방 김승태 셰프
   비앤씨월드 2019.07.25 Pm04:12, 조회 :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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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eung Tae

소신 있게 만든 빵
강릉 빵다방 김승태 셰프

김승태 셰프와의 인터뷰 중 8할은 빵에 관한 이야기였다. 김승태 셰프는 자신이 만든 독특한 빵들의 탄생 스토리를 설명할 때 정말 신나 보였다. 그는 그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빵을 만드는 도전을 즐겁게 열정적으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진하다 보면 모두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강릉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빵다방의 유명세는 아마도 그 믿음에 손님들이 응답한 결과일 것이다

취재 ·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뮤지션 꿈나무를 움직인 것
제주도에 이어 제2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 강원도 강릉.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바다와 지역 냄새 물씬 나는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강릉을 방문한다. 강릉에는 그것 말고 한 가지 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 있다. 바로 ‘인절미크림빵’이다. 콩고물이 듬뿍 묻어 있는 포동포동하고 둥그스름한 빵. 한입 베어 물면 안에 빵빵하게 채워져 있던 고소하고 달콤한 콩 크림이 푹 터져 나온다. 평범한 외형을 지닌 이 빵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먼 길을 마다 않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일까. 그 비밀을 찾기 위해, 여느 관광객들과 같은 마음으로 ‘강릉 빵다방’을 찾았다.
빵다방은 인절미크림빵의 인기에 힘입어 유명 방송 프로그램 ‘생활의달인’에 무려 2회 연속 출연한 전적이 있다. 그 덕분에 빵다방과 인절미크림빵만큼 많이 거론되는 단어가 오너셰프 ‘김승태’라는 이름이다. 수줍은 얼굴을 하고 있는 김승태 셰프의 본래 꿈은 사실 뮤지션. 학생 때 음악 밴드 활동을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온 그의 직업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꽈배기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사촌형이 일하던 회기동 그린하우스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방학 동안 심심풀이로 꽈배기 만드는 일을 도왔는데 공장장님이 그 모습을 보고 손재주가 있다며 제과제빵 일을 권유하셨어요”
오랜 고민 끝에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린하우스에 취직했다. 공장장의 눈은 정확했다. 그의 재능은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야무진 손길과 날랜 움직임 덕분에 배우는 속도가 앞섰다. 입사한 지 두 달이 지나 빵 반죽 성형을 시작할 수 있었고 반년 후에는 케이크 데커레이션을 배웠단다. 1년이 지났을 때는 케이크 완성까지 익히게 됐다. 그린하우스에서 기본기를 익힌 그는 3년여 동안 빵굼터, 프랑세즈 등을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특히 사당동 빵 굽는 쉐프의 꿈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직장이다. 그는 당시 빵 굽는 쉐프의 꿈을 운영하던 최동현 셰프를 매우 열정적이며 우직한 제빵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최동현 셰프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제빵사였던 김승태 셰프를 바른 길로 이끌었다.

쓰디 쓴 실패의 교훈
그러던 그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2002년, 스물일곱 살이 됐을 무렵이다. 그때 그는 청주 가경동에 15평짜리 작은 가게를 오픈했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매장을 열 정도로 패기가 넘쳤던 과거의 자신을, 그는 후회하며 뒤돌아봤다. “지금 생각하면 객기였어요.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몇 년 하다 보니 제가 정말 모든 것을 아는 줄 알았거든요” 그럼에도 매장은 의외로 장사가 잘됐다. 서울의 최신 빵들을 지방에서 선보이니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매출이 낮아져서가 아니었다. 원인은 스스로에 있었다. “1년 동안 많은 돈을 벌었어요. 그런데 어린 나이에 큰돈을 손에 쥐니 점점 나태해졌어요. 빵도 원칙을 무시하고 그냥 되는 대로 내보냈죠. 결국 마음이 뜨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는 다시 빵 굽는 쉐프의 꿈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했다. 그곳에서 5년여 간 최동현 셰프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보고 배우며 조금씩 변화해갔다. 무엇보다 가게를 한 번 운영해보고 나니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단다. 그 무렵부터 여러 가지 제과제빵 서적을 보면서 빵을 연구했다. 이런 생활이 거듭되자 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이들보다 맛있게, 이 세상에 없는 나만의 빵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 과정이 그토록 재미있다는 것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빵 굽는 쉐프의 꿈은 문을 닫게 됐지만 두 셰프는 사회적 기업 한살림협동조합에서 재회했다. 강원 영동 지역의 베이커리 책임자를 맡은 최동현 셰프가 김승태 셰프를 강릉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쯤 되면 둘의 인연이 보통은 아닌 듯하다.
좋은 먹거리를 제안하는 한살림에서는 생이스트를 제외한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든 빵을 제공했다. 김승태 셰프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기존 유화제, 팽창제, 개량제 등을 전혀 넣지 않고 빵을 만들어야 했어요. 밀가루는 우리밀만 사용해야 했고요. 천연발효종 빵을 개발하기 시작한 후에는 생이스트조차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배합비 짜는 일부터 난관이었죠. 제품 하나를 완성해내기까지 최대 두 달이 걸렸어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중의 빵보다 식감이 떨어지고 맛이 밍밍하다 보니 손님들의 수요가 적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많은 호응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살림에서의 연구들은 그에게 좋은 밑거름이 됐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빵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김승태 셰프가 ‘강릉 빵다방’을 오픈한 것은 2016년의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빵다방은 길가에 자리한 10평짜리 빵집이었다. 콤비 오븐과 소형 믹서 몇 대가 전부인 작은 빵집에서 빵다방의 전설은 시작됐다. 그가 빵집의 이름을 빵다방으로 지은 이유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제 고향인 철원에서는 빵집이 곧 만남의 장소였어요. 빵과 우유 한 잔이면 모든 일이 이뤄졌죠. 그 시절의 풍경이 떠오르더라고요. 다만 이곳은 강릉이니까 ‘강릉 빵다방’으로 이름 붙인 거예요(웃음)” 빵다방은 그가 지금껏 구상한 자신만의 빵을 펼쳐 놓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흔한 말처럼 ‘가족이 먹는 빵’을 만들지 않는다. 스스로가 먹고 싶은 빵을 만든다. 또한 빵은 맛이 기본이 돼야 하며, 비주얼을 끌고,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를 위해 과유불급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소신대로 푸짐한 빵을 만든다.
그는 이러한 나름의 철학에 따라 만든 빵을 빵다방에서 하나둘 선보였다. 한 예로 ‘매운용암빵’은 만두에서 착안한 빵이다. 김치, 두부, 부추로 만든 만두소에, 온갖 고추를 섞어 1시간 반 동안 진하게 끓인 소스를 더해 충전물을 만들고 감칠맛이 도는 빵 반죽으로 감싸 완성했다. 정작 그는 혀가 얼얼해 한 입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 빵은 빵다방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SNS에 매운용암빵의 후기가 올라오면서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우블랙버거’는 햄버거를 한꺼번에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탄생한 제품. 한우 패티, 치즈, 채소가 보드라운 오징어 먹물 빵 속에 모두 들어가 있어 손으로 잡고 베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2017년 8월, 그의 도전정신이 제대로 빛을 발한다. “제 어머니는 아직도 떡을 손수 만드세요. 명절 때마다 찹쌀을 불리고 쪄서 인절미, 경단 등을 만드셨어요. 어느 날 문득 인절미 떡과 빵을 조합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 결과물이 바로 전국적으로 열풍을 몰고온 주인공, ‘인절미크림빵’이다. 하지만 이 빵의 비밀이 터져 나올 만큼 가득한 콩 크림이 아닌, 빵 반죽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멥쌀, 찹쌀, 밀가루의 비율을 맞춰 최상의 식감을 지닌 반죽을 완성하기 위해 한 달을 매진했다. 찹쌀을 익반죽해서 찰진 식감을 이끌어내고 밀가루는 15%만 사용해 퍼석하지 않은 반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콩 크림을 가득 채운 후 콩가루를 먹음직스럽게 묻혔다. 외형은 투박하지만 한입 맛보면 왜 빵다방의 인절미크림빵이 최고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 주재료인 콩가루는 그의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뒤 볶아서 갈아 보내준 것. 일주일에 2~3가마씩 그때그때 빻아 사용하니 콩가루의 고소한 향과 신선함이 살아 있다.

사람과 빵이 있는 정감 어린 ‘빵다방’
지난 연말 김승태 셰프는 빵다방을 한적한 골목으로 확장 이전했다. 주변 상점들과 하루가 다르게 북적이는 손님들을 배려해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새로운 매장에 한 가지 이질적인 부분이 눈에 띈다. 너른 마당과 이상하리만치 여기저기 배치된 의자들. 2층에도 이트인 공간이 충분했다. “확장 이전한다는 공지를 하루 전 날 했어요. 그런데 오픈하는 날 몇 백 명이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더라고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생각해보세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지방의 작은 빵집을 찾아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저도 손님들이 매장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무언가 하고 싶었어요”
인절미크림빵이 인기를 끈 후, 백화점 바이어들은 그에게 입점을 권유하고, 많은 방송 프램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절미크림빵 체인점을 내라고 제안한단다. 하지만 그는 빵다방을 체인으로 운영할 계획이 없다. “저는 제가 만들고 싶은 빵을 개발하면서 지금처럼 빵집을 이끌고 싶어요. 운 좋게 히트를 쳤지만 사실 대박을 점치면서 빵을 만들지 않아요. 제빵사니까 빵을 만드는 행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희열을 느끼는 거예요. 그 과정이 즐거워요” 빵다방이 남녀노소 편하게 들러 셰프 특제의 개성 있고 맛깔스런 빵을 즐기는 정감 있는 빵집이 되는 것. 그것이 김승태 셰프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다.


강릉 빵다방
주소 강원도 강릉시 남강초교1길 24(포남동)
문의 033-642-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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